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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최화인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금융의 디지털화와 아날로그 화폐 종말



돈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비트코인 등장이 시발점이었다. 10년 전 처음 등장한 비트코인은 은행 없이도 개인 간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지폐와 동전이 아닌 디지털 데이터로 돈의 존재 양태가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제 돈은 더 이상 물리적 형태가 필요치 않다. 오로지 전자적으로 전송돼 저장되며 교환할 수 있다. 지폐와 주화에서 전자적 데이터로 돈의 물리적 형태가 바뀐다는 것은, 물질 세계에서 비트(bit) 세계로, 아날로그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다. 화폐의 디지털화는 궁극적으로 돈을 매개로 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다.


우리는 이미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통한 전자적 결제에 익숙하다. 그 근본은 여전히 아날로그 형태 현금이다. 그러나 화폐 자체가 디지털화되면 전자적 데이터(이 자체가 돈이다)의 전송 기록을 통해 돈이 누구에게서 누구로 이동했는지가 명확하다. 위폐 여부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해외송금 시 은행 간 금융 업무를 신용 리스크 없이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시간과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현금사용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다. 스웨덴은 현금사용비율이 2014년 40%에서 2018년 13%로 줄었다. 실생활에서 현금사용 비중이 줄어드니 은행이나 ATM 기계를 통한 현금인출 역시 2014년 23%에서 2018년 13%로 떨어졌다. 대신 은행 계좌에서 돈을 찾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한 직불카드 사용이 64%에서 80%로 늘었다.


직불카드처럼 구매자 계좌 안에 있는 현금이 전자 결제를 통해 판매자에게 전자적으로 이전된다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현금을 발행할 필요가 없다. 현금은 발행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발행 후 보관과 관리의 어려움이 있고, 운송과정에서 탈취 위험이나 위폐 단속 등 여러 가지 부대비용이 지속 발생한다. 높은 발행·관리비용과 무관하게 민간의 현금 수요가 지속해서 줄어든다면 차라리 가치 이전의 매개가 되는 돈을 전자적으로 바꾸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런 판단에서 스웨덴은 국가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법정통화 크로나를 디지털화시키는‘E-크로나 프로젝트’를 2016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 발표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기술검토와 테스트를 거쳐 2021년 E-크로나 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스웨덴의 E-크로나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통화를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발표에 따르면(2019.1.8) 이미 전 세계 중앙은행의 70%는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현금 결제가 간편해질수록 금융 시스템도 단순해진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거래 과정에서 중간자 개입을 최소화해 구매자의 계좌에 돈만 있다면 은행에서 발행하는 직불카드조차 필요 없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현존하는 금융거래의 중개 기관들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시중은행의 업무영역도 상당히 위축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화폐의 종말과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암호화폐는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암호화폐는 금융의 디지털화에 맞춰 디지털화폐와 디지털 자산으로 분리 발전할 전망이다. 디지털화폐는 사용 목적이 안정적인 가치교환에 있다. 각국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CBDC나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가치 안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처럼, 가격 변동성이 적고 가치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이와 달리 가치 상승을 통한 자산증식이 목적인 암호화폐는 디지털 자산에 해당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여기에 속한다. 향후 디지털화 될 각종 유가증권도 디지털 자산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디지털화폐보다 디지털 자산은 제도적인 요건을 갖추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 발전과 함께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는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적인 미래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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